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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부

호랑가시 2012. 8. 13. 11:07

 

- 장석남


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
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
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 

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 
하는 물리(物理)도 생각하고 있습니다 
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 
가꾸시는 매화 분(盆)은 피었다 졌겠어요 

흉내 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 
목도리를 여미기도 합니다 
꽃봉오리가 날로 번져나오니 이보다 
반가운 손님도 드물겠습니다 

행사(行事) 삼아 돌을 하나 옮겼습니다 
돌 아래, 그늘 자리의 섭섭함을 보았고 
새로 앉은 자리의 청빈한 배부름을 보아두었습니다 

책상머리에서는 글자 대신 손바닥을 폅니다 
뒤집어보기도 합니다 
마디와 마디들이 이제 제법 고문(古文)입니다 
이럴 땐 눈도 좀 감았다 떠야 합니다 

이만하면 안부는 괜찮습니다 다만 
오도카니 앉아 있기 일쑵니다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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